
둘째가 팝콘 먹다 말고 가가멜 동작을 세상 진지하게 따라 했다. 어둡고 스크린 빛만 일렁이는 영화관 좌석에 앉아, 손에 팝콘을 잔뜩 쥐고는 화면 속 가가멜의 허당스러운 손짓을 흉내 내는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진지한 눈빛과 엉뚱한 행동을 보는 순간, 이번 주말 영화 선택은 정말 탁월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요즘 영화관에 가보면 아이들 취향에 맞춰 고른 만화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막상 상영관에 들어가면 어른들은 지루함을 참지 못해 하품을 하거나 몰래 휴대폰 시계를 확인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달랐다. 아이가 팝콘 상자에 손을 넣은 채 악당 캐릭터의 어설픈 몸짓에 폭 빠져드는 모습을 보니, 표를 예매하고 극장까지 달려온 시간들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파란 꼬마들의 좌충우돌 모험도 재미있었지만, 내 곁에서 온몸으로 영화를 흡수하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직관하는 재미가 훨씬 더 컸다. 아이들의 작은 웃음소리가 영화관 안에 번질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도 몽글몽글한 행복감이 피어올랐고, 주말 하루를 가족과 함께 이렇게 생생한 즐거움으로 채울 수 있다는 사실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스머프 2025 리한나, 성우·프로듀서·OST 다 했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들 등쌀에 떠밀려 예매창을 열었을 뿐, 어른인 내가 이 파란 꼬마들의 이야기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그저 전형적인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겠거니 생각하며 상영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내 눈과 귀가 동시에 번쩍 뜨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세계적인 팝스타 리한나가 주인공 스머페트의 목소리 연기뿐만 아니라 영화의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전체 OST까지 직접 맡아서 제작했다고 한다. 확실히 음악의 퀄리티가 기존의 전형적인 아동용 애니메이션과는 차원이 달랐다. 세련되고 비트감 넘치는 음악들이 캐릭터들의 모험 장면마다 절묘하게 흘러나와 극 전체의 텐션을 한껏 끌어올렸다. 초반부부터 펼쳐지는 스머프 마을의 유쾌한 소동극에 아이들은 배를 잡고 깔깔대며 웃어댔고, 나 같은 어른들은 리한나가 완성해 낸 힙하고 감각적인 음악 사운드 덕분에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보통 아이들과 어린이 영화를 보러 오면 중반부쯤 가서는 졸음이 쏟아지거나 딴생각을 하게 마련인데, 이번에는 화려한 비트와 신나는 리듬 덕분에 나도 모르게 발끝으로 박자를 맞추며 스크린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아기자기한 유머와 어른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스펙터클한 사운드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아주 매력적인 조합이었다.
4학년·1학년, 같은 화면 다른 반응
우리 집 초등학교 4학년 첫째와 1학년 둘째를 양쪽에 앉히고 영화를 관람했는데, 똑같은 스크린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모습이 어찌나 신기하고 귀여웠는지 모른다. 4학년인 첫째는 이제 제법 머리가 컸다고 영화의 전체적인 복선이나 캐릭터 간의 관계, 줄거리의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장면마다 '피식' 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반면에 1학년인 둘째는 복잡한 스토리보다는 눈앞에 펼쳐지는 알록달록한 비주얼과 신나는 노래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서 엉덩이를 가만히 두지 못하고 신나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특히 영화 중간에 가가멜이 등장해 허당스러운 마법을 부리며 쫓아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둘째가 팝콘을 먹다 말고 그 동작을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똑같이 따라 하는 바람에 곁에서 보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그런 동생의 엉뚱한 행동을 옆에서 지켜본 첫째는 어른스러운 척을 하며 '픽' 하고 헛웃음을 짓더니, 나름대로 듬직한 오빠 티를 내며 "야, 가만히 좀 있어, 남들이 봐" 하고 둘째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자기도 속으로는 신나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동생 앞에서는 한없이 의젓한 척을 하려는 첫째의 뒷모습과, 오빠의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화 속 노래를 흥얼거리는 둘째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나올 때 포스터 앞에서 먼저 포즈 잡는 거 보고 아직도 애구나 싶었어
상영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게 관람을 마치고 영화관 불이 켜졌다. 상영관 밖으로 나오면서 첫째에게 영화가 어땠냐고 슬쩍 물어보았더니, 녀석은 무심한 척 쿨한 표정을 지으며 "뭐, 생각보다는 재밌었어" 하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정작 극장 로비에 크게 세워져 있는 영화 대형 포스터를 발견하자마자,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먼저 달려가 포스터 앞에 서더니 카메라를 향해 브이 자를 그리며 생기발랄한 포즈를 잡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는 엄청 즐거웠으면서 괜히 어른스러운 척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니 '아무리 4학년이어도 아직은 참 순수한 아이구나' 싶어 마음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졌다. 한편 둘째는 극장을 나서는 와중에도 영화 속에서 나왔던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신나게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그러더니 내 옷자락을 꼭 쥐고는 "엄마, 이거 나중에 집에서 또 보여주면 안 돼? 내일 또 보고 싶어!" 하고 눈을 반짝이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솔직히 어른 혼자서 이 영화를 보러 왔다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거나 아쉬움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웃고 호흡하며 관람한 영화였기에, 나에게는 10점 만점에 7점 이상으로 충분히 만족스럽고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준 영화였다.
어른 혼자면 아쉽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면 7점. 정말 누구랑 보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평가와 만족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만약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극장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고민 없이 이 파란 꼬마들의 모험에 동참해 보길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조만간 VOD나 OTT 플랫폼으로 이 영화가 출시되면, 아이들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노래방처럼 즐길 수 있도록 거실 TV로 다시 한번 틀어주고 함께 팝콘을 먹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