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83 장마철마다 빗소리와 일기장 대사가 맴도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TV 끄고 거실 불 다 끄고 침대 누웠는데 일기장 대사랑 빗소리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예전에 영화 '클래식'을 보고 밤잠을 설쳤을 때 느꼈던 그 특유의 먹먹하고 감성적인 여운이 몇 년 만에 다시 온몸으로 찾아온 기분이었다. 사실 이 영화는 일본 원작 소설도 있고 영화로도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줄거리 자체는 아주 간단하다.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가 비가 오는 장마철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남기고, 실제로 1년 뒤 장마가 시작되던 날 거짓말처럼 기억을 잃은 채 우진과 아들 지호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가 내리는 계절 동안 세 사람이 다시 소소한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진짜 가족이 되어가고, 비가 그치며 장마가 끝날 때 다시 작별을 준비하는 가슴 저린 로맨스다. 처음엔 그저 흔한 판타.. 2026. 8. 11. 영화 [원더랜드] 후기, 씁쓸함 속에 찾아온 진짜 온기 TV 화면이 검게 꺼진 뒤 거실 풍경이 묘하게 달라 보였다. 어두컴컴한 거실 한가운데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데, 괜히 주변이 고요하다 못해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고 스산한 기분이 들더라고. 내가 대체 무슨 영화를 봤길래 밤늦게 거실에서 홀로 이런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던 걸까? 내가 꺼버린 화면 속에서 방금까지 흘러나왔던 건 바로 김태용 감독이 만든 영화 였다. 사실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혼자 센치해질 줄은 전혀 몰랐다. 세상을 떠났거나 의식을 잃은 사람들을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해서 스마트폰이나 영상통화로 언제든 다시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가상세계 서비스가 나온다는 이야기라길래, 그냥 탕웨이, 박보검, 수지 같은 대단한 배우들이 나오는 예쁘고 달달한 로맨스나 SF 판타지물인가 보다.. 2026. 8. 11. 영화[의형제] 3번 보고 깨달은 진짜 남북 이야기 의형제를 3번 봤는데, 처음엔 브로맨스 속도감에 가볍게 빠져들었다가 다시 보니 남북 이념 사이 두 남자의 쓸쓸하고 따뜻한 감정선이 훨씬 더 깊게 다가왔다. 처음 이 영화를 극장에서 접했을 때는 그저 송강호와 강동원이라는 두 배우가 보여주는 찰떡같은 호흡과 툭툭 던지는 웃음 포인트, 그리고 사건이 빠르게 흘러가는 속도감에 빠져서 넋을 놓고 봤다. 그냥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오락 영화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조금 더 먹은 뒤에 집에서 혼자 다시 화면을 켜보니까 첫 번째 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수많은 표정과 쓸쓸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총싸움을 하고 서로를 속이는 겉모습 뒤에 숨겨진 남북 이념이라는 거대한 벽, 그리고 그 벽 사이에 갇혀버린 두 남자의 고달픈 삶과 가슴 저린 .. 2026. 8. 7. 영화[그랑 메종 파리]소파에서 일어난 파리의 주방, 그 뜨거운 미슐랭 3스타 도전기 편한 옷 입고 소파에서 '드라마 확장판이겠지' 하며 큰 기대 없이 시작했다. 주말 저녁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리모컨을 누르고 과자나 씹으며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는데, 파리 주방 장면이 시작되자마자 나도 모르게 소파에서 몸을 스르륵 일으켜 바짝 앉았다. 일드 ‘그랑 메종 도쿄’를 재미있게 봤던 터라 극장판인 ‘그랑 메종 파리’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냥 드라마의 연장선상에서 셰프 오바나 렌지가 파리 가고, 예쁜 요리 나오고, 팀원들과 투닥거리다 잘 해결되는 뻔하고 평범한 이야기일 거라 지레짐작했었다. 하지만 화면 너머로 전해져 오는 그 강렬한 주방의 열기와 서슬 퍼런 긴장감은 내가 갖고 있던 지루한 편견을 첫 몇 분 만에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렸다. 소파에서 시작한 영화, 드라마 확장판이겠지처음.. 2026. 8. 6. 거실 천장 홈캠 렌즈가 갑자기 공포로 다가온 영화 [홈캠] 솔직 후기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집 거실 천장에 달려 있는 검은 렌즈가 머릿속에서 도무지 떠나질 않았다. 사실 우리 집도 여느 아이 키우는 집들과 마찬가지로 거실 중앙 한복판에 홈캠을 달아두고 지내고 있다. 아이들이 방에서 나오거나 거실에서 놀 때 일하는 중간중간 스마트폰 앱을 켜서 잘 있는지, 별일은 없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정말 유용하게 쓰던 물건이었다. 나에게 홈캠이란 그저 가족의 safety guard이자 언제든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볼 수 있는 고마운 스마트 가전제품에 불과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지직거리며 불안하게 흔들리는 홈캠 화면을 마주한 순간, 그 작고 익숙했던 검은 렌즈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화면 속 상황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인데도, 이상하게 우리 집 거실에 홀로 덩.. 2026. 8. 5. 이전 1 ···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