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집 거실 천장에 달려 있는 검은 렌즈가 머릿속에서 도무지 떠나질 않았다. 사실 우리 집도 여느 아이 키우는 집들과 마찬가지로 거실 중앙 한복판에 홈캠을 달아두고 지내고 있다. 아이들이 방에서 나오거나 거실에서 놀 때 일하는 중간중간 스마트폰 앱을 켜서 잘 있는지, 별일은 없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정말 유용하게 쓰던 물건이었다. 나에게 홈캠이란 그저 가족의 safety guard이자 언제든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볼 수 있는 고마운 스마트 가전제품에 불과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지직거리며 불안하게 흔들리는 홈캠 화면을 마주한 순간, 그 작고 익숙했던 검은 렌즈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화면 속 상황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인데도, 이상하게 우리 집 거실에 홀로 덩그러니 달려 있을 그 검은 카메라 렌즈가 계속 나를 역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소름 끼치는 환각에 시달려야 했다. 불 꺼진 거실 한가운데를 조용히 비추고 있을 그 조그만 카메라가 이렇게까지 섬뜩한 존재였던가 싶어 영화 상영 내내 온몸의 털이 바짝 서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홈캠 있는 집에서 이 영화를 보면 실제로 벌어지는 일
처음 영화가 시작되고 지직거리는 홈캠 특유의 저화질 영상과 기계음 섞인 정적이 흐를 때만 해도, 나는 그저 평범한 스릴러 영화 한 편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 집 거실 천장에도 똑같이 동그랗고 검은 렌즈가 달린 홈캠이 설치되어 있다 보니, 화면 속에서 집안 구석구석을 비추는 앵글 자체가 너무나도 익숙해서 처음엔 괜히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평소에 출근해서 일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아이들이 혼자 있거나 거실에서 놀 때 폰으로 켜서 보던 바로 그 각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그 익숙함은 감당하기 힘든 공포로 둔갑하기 시작했다. 화면 속에 찍히는 배치, 가구의 위치, 심지어 카메라 앵글 끝자락에 존재하는 어두운 사각지대까지 내가 매일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던 우리 집 거실의 모습과 너무나도 똑 닮아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내 시선은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정작 머릿속에는 '지금 우리 집 거실 천장에 붙어 있는 저 검은 렌즈도 지금 저렇게 지직거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집안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내 손으로 직접 벽에 구멍을 뚫고 정성스레 달아놓았던 그 자그마한 카메라가 순식간에 내 집 안의 가장 위협적이고 거슬리는 존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영화 속 어두운 거실 풍경이 비칠 때마다 내 마음은 우리 집 거실 천장의 그 렌즈 위치로 계속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흔한 귀신 영화가 아니었다, 내 삶의 안전지대를 뒤흔든 심리적 정서 파괴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나 아직 안 본 사람들은 '아, 그냥 흔히 나오는 깜짝 놀라게 하는 귀신 영화나 해킹 몰카 범죄 다룬 스릴러겠지' 하고 아주 단편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극장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단순히 자극적인 연출이나 피칠갑이 난무하는 전형적인 공포물 정도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영화가 선사하는 공포의 본질은 그런 일회성 자극이 전혀 아니었다. 자극적인 피나 귀신의 기괴한 모습 대신, 이 영화는 내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집이라는 공간과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뿌리째 흔들어버리는 지독하고 현실적인 찝찝함을 연속적으로 던져준다. 단순한 해킹 범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한 인간이 가진 심리적 정서를 속에서부터 완벽하게 파괴해버리는 영화였다. 특히 영화 속에서 가장 잊히지 않고 나를 괴롭혔던 장면이 하나 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거실 한복판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그 아이를 찍고 있는 카메라 앵글 아주 먼 끝자락, 어두운 사각지대 속에서 정체 모를 어두운 형체가 가만히 서서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순간 느껴진 감정은 단순히 '무섭다'라는 단어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가슴 한구석에서 묵직하게 치고 올라오는 것은 미칠 것만 같은 무력감과 지독한 죄책감이었다. 홈캠 화면을 통해 아이의 모습을 내 눈앞에서 똑똑히 실시간으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장 그 현장에 개입해서 아이를 구해낼 수도, 아무것도 할 수도 없다는 그 잔인한 현실. 그 무력함이 사람의 피를 말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그 화면을 바라보고 있자니, 만약 저 상황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나는 과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싶어 숨이 턱 막히고 손에 식은땀이 흥건하게 고였다.
영화가 끝난 후 시작된 진짜 공포 — 렌즈 스티커, 길어진 거실, 차마 못 켠 앱
영화가 다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진짜 공포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불을 끄고 거실을 지나 침실로 향했을 텐데, 불 꺼진 거실이 마치 끝없는 터널처럼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다. 거실 천장에 붙어 있는 그 검은 렌즈가 어둠 속에서 나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아 차마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평소처럼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홈캠 앱을 켜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폰 화면을 터치할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아서 끝내 앱을 켜지 못했다. 혹시라도 화면을 켰을 때 내가 원하지 않는 무언가나 어두운 사각지대의 형체가 찍혀 있을까 봐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결국 나는 밤중에 까치발을 들고 서서 거실 천장에 있는 홈캠 카메라 렌즈 위에 두꺼운 스티커를 꽉 눌러 붙여버렸다. 카메라 렌즈를 완전히 봉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스티커로 렌즈를 완전히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 잔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서도 불 꺼진 방 구석의 어두운 음영을 자꾸만 힐끔거리며 돌아보게 되었고, 아주 작은 기계음이나 바람 소리에도 가슴이 쿵쾅거려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거실 천장 홈캠 렌즈 위에 두꺼운 렌즈 스티커를 아주 빽빽하게 붙여놓은 상태다. 이렇게 눈으로 보이는 렌즈를 완전히 가려버리고 나니 시각적으로는 그나마 조금 안심이 되는 것도 같지만, 이상하게 불을 끄고 나면 여전히 거실 천장 구석을 찝찝하게 쳐다보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내일 아침이 밝으면 당장 사다리를 가져와서 거실 천장에 달려 있는 홈캠 전원 선을 완전히 뽑아버리고 기계 자체를 탈거해 상자 속에 넣어 깊숙이 넣어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