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소한 절약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수백억 사기극으로 번져가는 전개에 입이 떡 벌어졌다. 주말 저녁, 고단했던 한 주를 마무리하며 와이프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영화를 찾다가 우연히 [쿠폰의 여왕]을 발견해 재생 버튼을 눌렀다. 평소 장을 볼 때마다 알뜰하게 할인 쿠폰을 챙기는 와이프 취향에도 딱 맞겠다 싶어 별생각 없이 틀었던 작품이었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기상천외한 실화 사건의 스케일과 쉴 새 없이 터지는 코믹한 상황 덕분에 러닝타임 내내 배를 잡고 웃었다.
쿠폰의 여왕, 수백억 사기극인 줄 몰랐다
영화의 줄거리는 초등학생 아이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직관적이면서도 전개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 과거에 잘나가던 올림픽 경보 선수였지만 지금은 팍팍한 가계 살림에 치여 쿠폰 한 장에 울고 웃는 평범한 주부 코니와, 그녀의 단짝 친구이자 불법 다단계 사기로 신용불량자가 된 조조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어느 날 시리얼을 샀다가 눅눅해진 맛에 실망한 코니가 제조사에 불만 편지를 보내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공짜 무료 쿠폰을 받으면서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여기서 엉뚱한 번뜩임을 얻은 두 사람은 멕시코의 쿠폰 인쇄 공장 직원과 손을 잡고 시중에 유통되기 전의 진짜 할인 쿠폰 수만 장을 대량으로 빼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불법 쿠폰 판매 사이트'를 개설해 미국 전역의 알뜰한 주부들에게 정가의 반값도 안 되는 헐값으로 쿠폰을 팔아치운다. 처음에는 그저 소소한 용돈 벌이나 생활비 보탬 수준으로 시작했던 일이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수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불법 돈다발이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다. 넘쳐나는 현금을 주체하지 못해 집 안에 총기, 고급 스포츠카, 심지어 군용 보트까지 사들이며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돈세탁을 벌이는 주인공들의 뻔뻔하고 대담한 행보를 보면서, 나와 와이프는 시원한 캔맥주를 한 캔씩 들이켜며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동네 마트에서 몇백 원 아끼려던 알뜰 주부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쿠폰 위조 사기범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보는 내내 황당하면서도 기막힌 쾌감을 안겨주었다.
쿠폰 하나에 FBI 빙의한 마트 조사관 켄
이 영화에서 가장 배꼽을 잡게 만든 명장면은 바로 마트 손실 방지 조사관 켄과 우체국 검열관 사이먼 콤비의 등장이었다. 특히 동네 슈퍼마켓 체인의 쿠폰 손실을 조사하는 켄은 할인 쿠폰 하나에 자기 목숨과 자존심을 전부 건 사람처럼 행동한다. 혼자서 일급 비밀 첩보 작전을 펼치는 일류 FBI 요원에 완벽하게 빙의해,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온갖 복잡한 도표를 그려가며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범죄 조직망을 브리핑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웃음 폭탄이었다. 실제 경찰이나 FBI는 "고작 종이 쿠폰 쪼가리 몇 장 가지고 왜 그렇게 유난을 떠냐"며 거들떠보지도 않고 코웃음을 치며 문전박대하는데도, 켄은 포기하지 않고 왜소하고 소심한 우체국 검열관 사이먼과 손을 잡고 끈질기게 수사를 이어간다. 두 사람이 낡은 차 안에서 잠복근무를 하며 서로의 엉뚱한 직업관을 늘어놓고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그 쓸데없이 비장한 눈빛과 묘하게 어설픈 호흡 때문에 맥주를 마시다가 사레가 들려 뿜을 뻔할 정도로 압권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와이프 역시 켄이 똥줄 타는 얼굴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쿠폰 유통 경로를 추적할 때마다 "아니, 저 아저씨는 남들은 신경도 안 쓰는 마트 쿠폰 하나에 왜 저렇게 인생을 걸고 진지한 거야?"라며 끅끅대고 웃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진지함과 엉뚱함이 뒤섞인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추적기는 영화의 코믹한 맛을 배로 살려주는 일등 공신이었다.
쿠폰 앱 몇 개씩 켜는 와이프가 공감한 장면
영화 속에서 마냥 웃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범죄 행위 자체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지만, 영화 초반 주인공 코니가 마트 계산대에서 할인 쿠폰 뭉치를 내밀며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내고 몇 푼이라도 아끼려 애쓰는 장면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부부의 마음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와이프는 그 장면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나도 장 보러 갈 때마다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마트 앱, 장보기 앱 몇 개씩 켜서 할인 쿠폰이랑 포인트 적립 비교하는데, 저 주인공의 답답하고 절박했던 마음이 묘하게 이해가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빠듯한 월급 안에서 가계를 꾸려나가고, 한 푼이라도 더 아껴서 가족들을 챙기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적인 고단함이 그 엉뚱한 범죄의 시작점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실에서 와이프와 함께 영화 속 엉뚱한 소동극을 보며 신나게 웃고, 우리네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다 보니 일주일 동안 직장에서 쌓였던 무거운 피로와 스트레스가 씻은 듯이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대기업의 빈틈을 털어버리는 주인공들의 일탈이 통쾌한 대리만족을 주기도 했지만, 결국 법망을 피하지 못하고 덜미를 잡히는 결말을 보며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범죄의 끝은 결국 허망하고 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저렇게 크게 한판 벌릴 배짱도 없고, 그냥 마트 할인 쿠폰이나 출석 체크 포인트 열심히 모아서 소소하게 살자.” 영화가 끝나고 캔맥주를 치우며 건넨 와이프의 웃음 섞인 말에 나 역시 "맞아, 땀 흘려 일하고 소소하게 아끼며 사는 지금이 제일 속 편하고 행복하지"라며 깊이 맞장구를 쳤다. 비록 수백억의 일확천금은 없을지라도, 우리 가족이 함께 웃으며 지켜나가는 이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이 세상 그 무엇보다 안전하고 값지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