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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콘크리트 유토피아] 두 아이 아빠가 마주한 현실

by cow85 2026. 8. 30.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 공식 포스터

극장 어둠 속에서 와이프랑 눈이 딱 마주쳤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부모님 댁에 맡겨두고 둘이서 오붓하게 영화관 데이트를 즐기러 나섰던 길이었는데,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참혹한 생존의 현장을 마주하는 순간 내 숨통마저 조여오는 기분이었다. 살을 에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 아이를 품에 안고 울부짖는 부모의 절박한 얼굴을 보는 찰나, 옆자리에 앉은 와이프와 동시에 시선이 닿았고 그 서늘하고 먹먹한 눈빛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후기, 재난 영화인데 숨이 턱 막혔다

영화의 줄거리는 초등학생 아이도 한눈에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거침없이 흘러간다. 온 세상을 집어삼킨 거대한 대지진으로 하루아침에 서울 전체가 잿더미 폐허로 무너져 내리지만, 오직 단 하나 '황궁 아파트 103동' 건물만이 기적처럼 멀쩡하게 살아남는다. 영하 수십 도를 밑도는 살인적인 혹한 속에서 얼어 죽기 직전인 주변의 생존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일한 보금자리인 황궁 아파트로 구름처럼 몰려든다. 하지만 한정된 식량과 물, 온기 속에서 주민들은 곧 위기감을 느끼고, 어리숙해 보이지만 위기의 순간에 앞장섰던 영탁을 임시 주민대표로 선출한다. 그리고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는 표어를 내걸며 스스로를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다. 주민들은 방범대를 조직해 아파트 안으로 숨어든 외부인들을 '바퀴벌레'라 부르며 몽둥이와 쇠파이프를 들고 단지 밖으로 무자비하게 쫓아낸다. 영화에서 가장 내 가슴을 짓누르고 숨을 턱 막히게 했던 순간도 바로 그 강제 퇴거 장면이었다. 얇은 옷 한 겹 걸친 채 살려달라며, 제발 어린아이만이라도 들여보내 달라며 피눈물을 흘리는 부모들을 향해 주민들은 차갑게 철문을 쾅 닫아걸었다. 울타리 안쪽에 있느냐, 바깥쪽에 있느냐는 그 사소한 차이 하나로 삶과 죽음이 단숨에 갈려버리는 광경을 보면서, 저 문밖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가족의 모습이 당장 나와 내 아이들의 처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밀려와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라면 어땠을까, 초5·초2 아빠의 솔직한 고백

스크린을 지켜보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만약 내가 저 황궁 아파트 103동 주민이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라는 지독한 질문이 맴돌았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지극히 부끄럽고도 솔직한 고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영화 속 영탁이나 민성처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매정하게 아파트 현관문을 걸어 잠그는 쪽에 섰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집에는 한창 쑥쑥 자라며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내는 초등학교 5학년 큰아이와, 아직도 손이 많이 가고 어리광을 부리는 초등학교 2학년 둘째 아이가 있다. 영화 속에서 몰아치는 혹한과 굶주림을 보는 내내 집에서 나만 바라보고 있을 우리 초5, 초2 두 녀석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영하 30도의 맹추위 속에서 당장 먹을 쌀 한 톨 없는 극한의 재난이 닥쳤을 때, 내 아이들이 추위에 덜덜 떨며 "아빠, 배고파", "아빠, 너무 추워" 하고 울먹인다면 눈이 돌아가지 않을 부모가 세상천지에 어디에 있겠는가. 모두가 함께 나누고 공존해야 한다는 도덕적 이상이나 양심은 배부른 소리에 불과했다.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괴물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내 새끼들 입에 밥 한 숟가락 더 밀어 넣고 따뜻한 방 한구석을 지켜내는 것이 가장으로서의 피할 수 없는 본능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극장 어둠 속에서 와이프 손을 꽉 잡았다

영화 속에서 공무원 출신의 평범하고 착실했던 민성이 아내 명화를 지키기 위해 점점 외부인을 향해 칼날을 겨누는 사나운 방범대원으로 변해갈 때,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와이프와 눈이 마주쳤다. 굳이 긴 말을 섞지 않아도, 지금 우리 둘 다 똑같이 집에 두고 온 두 아이를 떠올리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조용히 와이프의 차가워진 손을 꽉 쥐었다.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극장 로비로 걸어 나왔을 때, 와이프는 붉어진 눈시울을 손수건으로 훔치며 내 팔을 꼭 붙잡았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여보, 만약에 저런 일이 진짜 우리한테 생기면... 우리 애들 절대 굶기지 말고 어떻게든 지켜내자. 남 욕먹어도 좋으니까 우리는 끝까지 악착같이 살자"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목구멍이 뜨거워지며 형언할 수 없는 먹먹함이 밀려왔고, 나는 그저 와이프를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 욕먹어도 좋으니까 우리는 끝까지 악착같이 살자.” 와이프의 그 절박한 한마디를 듣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무겁게 가라앉으면서도 부모라는 자리의 무게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어떤 혹독한 세상이 닥쳐오더라도 내 가족과 아이들의 손을 절대 놓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야겠다는 다짐이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묵직하게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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